오늘 아침 풍경은 어떠셨나요? 학교 가는 아이 뒷모습에 대고 “밥은 먹고 가야지!”라고 걱정스레 한마디 건넸는데, 돌아오는 건 “아, 안 먹는다고! 왜 자꾸 귀찮게 해?”라는 짜증 섞인 고함과 쾅 닫히는 현관문 소리는 아니었나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양, 품에 파고들던 그 살갑던 아이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지만 정말 낯설고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중2병 아들, 딸을 둔 부모의 마음이죠.
많은 부모님이 상담실에 오셔서 “제가 뭘 잘못 키운 걸까요?”, “저러다 엇나가는 건 아닐까요?” 하며 눈물을 훔치십니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님. 이것은 부모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게 된 것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 집에는 ‘사춘기’라는 거대한 태풍이 지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이 시기의 전쟁은 힘으로 누른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전략을 바꿔야만 비로소 대화의 물꼬가 트입니다. 오늘은 방문을 걸어 잠근 중2병 아들, 딸과 얼굴 붉히지 않고 현명하게 소통하는 ‘협상의 기술’에 대해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1. 사춘기 뇌과학: 아이가 화내는 게 아니라, 전두엽이 공사 중이라서 그렇습니다
아이의 짜증을 인격적인 모독이나 반항으로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우선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뇌과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중2병 증상’이라고 부르는 감정 기복과 충동성은 아이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뇌의 불균형 발달 때문에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이성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기에는 감정의 뇌인 편도체는 이미 성인 수준으로 발달해서 펄펄 끓고 있는데, 이것을 제어하고 브레이크를 걸어줄 이성의 뇌인 전두엽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갑니다. 즉, 성능 좋은 스포츠카에 엔진(감정)은 터질 듯 돌아가는데 브레이크(이성)가 고장 난 상태인 것이죠.
아이가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방문을 쾅 닫는 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날카롭게 반응할 때 “너 태도가 그게 뭐야?”라고 맞받아치기보다, 마음속으로 ‘지금 전두엽 공사 중이라 먼지가 많이 날리는구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가 지나가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한 발짝 물러서 주세요. 환자에게 화를 내는 의사는 없습니다. 사춘기 자녀는 지금 뇌 성장통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대화의 첫걸음입니다.
2. 대화의 제1원칙: ‘나 전달법(I-message)’으로 말하기
청소년 심리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늘 싸움으로 번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주어가 “너(You)”로 시작하는 대화법 때문입니다.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너 숙제는 다 했어?”, “너 또 핸드폰 하니?” 이런 식의 ‘너 전달법’은 듣는 순간 상대를 비난하고 평가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자아존중감이 예민해져 있어서 이런 말투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입니다. 공격받았다고 느끼면 아이는 방어막을 치거나 더 강한 공격으로 맞서게 되죠. 이것이 바로 부모 자녀 갈등의 핵심 원인입니다.
이제 주어를 “나(I, 엄마/아빠)”로 바꿔보세요. 이를 ‘나 전달법’이라고 합니다.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그 행동으로 인해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너 왜 연락 안 했어!”라고 소리치는 대신 “네가 연락이 안 되니까 엄마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너무 걱정했어.”라고 말해 보세요. “너 게임 좀 그만해!” 대신 “네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니까 내일 학교 가서 졸까 봐 아빠는 염려가 되네.”라고 해보세요.
‘걱정된다’, ‘속상하다’, ‘염려된다’는 부모의 약한 감정을 드러내면, 아이는 공격받지 않았기 때문에 반발심을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나를 걱정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춘기 대화의 기술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화살을 쏘는 대신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협상의 시작입니다.
3. 방문 닫는 아이: 억지로 열지 마라, 대신 ‘쪽지’나 ‘카톡’으로 쿨하게 소통하세요
사춘기 아들, 딸을 둔 부모님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닫힌 방문’입니다. 밥 먹으러 나오지도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꼴을 보면 억지로라도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잔소리하고 싶은 충동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사춘기 아이에게 방은 자신만의 성역이자, 혼란스러운 자아를 보호하는 동굴입니다. 그 문을 강제로 여는 순간, 부모는 침입자가 됩니다.
아이가 방문을 닫고 대화를 거부할 때는 굳이 얼굴을 맞대고 말하려 하지 마세요. 오히려 비대면 소통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할 말이 있다면 방문 앞에 포스트잇 쪽지를 붙여두거나, 쿨하게 카톡을 보내세요. “얼굴 보고 말하면 서로 언성 높일 것 같아서 카톡 보낸다. 학원 늦지 않게 다녀오고, 배고프면 식탁 위에 간식 먹어.” 이 정도로 담백하게 용건만 전달하는 겁니다.
제가 만난 많은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님의 잔소리가 시작될까 봐 귀를 닫는 것이지,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굴을 보지 않는 문자나 쪽지는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줍니다. 즉각적으로 대꾸하지 않아도 되니 심리적 부담이 덜하죠. 아이가 동굴 속에 있을 때는 입구에서 먹을 것만 쓱 밀어 넣어주고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충분히 에너지가 충전되면 제 발로 걸어 나옵니다. 그때 웃으며 맞아주시면 됩니다.
4. 인정 욕구 채워주기: 사소한 것에 칭찬하면 굳게 닫힌 입이 열립니다
중2병 증상의 또 다른 특징은 허세와 인정 욕구입니다. 겉으로는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척, 부모 도움 따위는 필요 없는 척하지만,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나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 “나를 인정해 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학교 성적이나 외모 등으로 끊임없이 평가받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쉽습니다. 집에서만큼은 그 인정 욕구를 채워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공부하느라 힘들지?” 같은 뻔한 칭찬은 오히려 “또 공부 얘기야?”라는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입을 열게 하려면, 아이조차 예상하지 못한 아주 사소한 행동을 포착해서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합니다. “어? 오늘 현관에 신발 가지런히 벗어놨네? 덕분에 현관이 깨끗하다. 고마워.” “오늘 친구랑 통화하는 거 보니까 친구 말을 참 잘 들어주더라. 네가 의리가 있네.” “라면 하나는 네가 아빠보다 훨씬 잘 끓인다. 비결이 뭐야?”
이런 칭찬은 아이의 방어막을 무장 해제시킵니다. ‘부모님이 나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관심을 두고 긍정적으로 봐주는구나’라는 신뢰가 쌓이면, 아이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론: 사춘기는 부모와의 이별 연습 기간입니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저희 센터에 상담 온 중학생 아이들에게 “부모님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뭐니?”라고 물으면, 10명 중 9명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아이들도 압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사랑이 구속과 간섭으로 느껴지기에 괴로운 것입니다. 오히려 어깨를 툭 치며 “네가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라는 쿨한 한마디가 아이를 더 어른스럽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