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찍던 영어는 끝났다, 중학 문법 용어 정리 안 하면 고등 가서 무너진다

3월, 4월이 지나고 중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도 다니고 원어민이랑 회화도 곧잘 하거든요? 그런데 학교 시험 점수가 왜 이 모양일까요?”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지만, 저는 성적표를 보지 않아도 아이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훤히 보입니다.

초등 영어와 중등 영어는 그 목표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초등 영어가 “틀려도 괜찮아, 자신 있게 말해봐!”라는 ‘유창성’과 ‘의사소통’이 목표라면, 중학 영어부터는 “규칙에 맞게 정확하게 썼니?”를 묻는 ‘정확성’과 ‘논리’의 싸움입니다.

아이가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 감각적으로 익혔던 영어를 ‘문법’이라는 그릇에 담아 정리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고등학교의 긴 지문과 서술형 평가에서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감’으로 찍던 습관을 버리고, 고등 내신 1등급을 위한 탄탄한 ‘중등 영문법’ 기초를 쌓는 생존 전략을 공개합니다.

1. ‘감’으로 푸는 습관 버리기: “왠지 이게 답 같아요”는 통하지 않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거 읽어보니까 이게 제일 자연스러워서 답을 골랐어요.” 바로 ‘감’으로 푸는 것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나 쉬운 원서 읽기에서는 이 방법이 통합니다. 하지만 중학교 시험 문제, 특히 킬러 문항은 아이들의 이런 습관을 정확히 역이용해서 함정을 팝니다.

예를 들어, 한국말로는 자연스럽지만 영어 문법 규칙상 틀린 문장들이나, 수 일치, 시제 일치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감에 의존한 아이들은 여지없이 점수를 깎입니다. ‘중학생 영어’ 공부의 첫걸음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아이와 문제를 풀고 채점할 때, 정답을 맞힌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왜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어?”라고 물어보세요. 이때 “그냥 이게 답 같아서요”라고 한다면 그건 아는 게 아닙니다. “주어가 3인칭 단수이고 시제가 현재니까 동사에 s가 붙어야 해요”라고 정확한 문법적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합니다. 근거를 찾지 못하면 그 문제는 찍어서 맞힌 것이고, 다음 시험에서는 반드시 틀리게 됩니다. 감을 버리고 논리를 채우는 과정, 그것이 바로 ‘영어 문법 공부법’의 시작입니다.

2. 한자어 문법 용어의 장벽: ‘부정사’, ‘분사’, ‘선행사’ 뜻부터 한국어로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문법 책을 펴자마자 졸려 하는 이유는 예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설명에 나오는 용어가 외계어 같기 때문입니다. 부정사, 동명사, 분사, 선행사, 관계대명사… 사실 이 용어들은 일본의 영문법 번역을 그대로 가져온 어려운 한자어들입니다. 이 용어의 뜻을 풀이해 주지 않고 무작정 외우라고 하니 아이들은 영어가 싫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부정사(不定詞)’를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아이가 ‘부정’이라는 말만 듣고 “아, 아니다(Not)라는 뜻인가 보다”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부정’은 ‘정해지지 않았다(Not defined)’는 뜻입니다. 동사로 태어났지만 문장 속에서 명사로도, 형용사로도, 부사로도 변신할 수 있어서 역할이 딱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렇게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아, 그래서 용법이 여러 개구나!”라고 무릎을 칩니다.

‘선행사’는 앞에(先) 가는(行) 말(詞)이라는 뜻이고, ‘분사’는 동사의 성질을 나누어(分) 가졌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한자어의 속뜻을 먼저 한국어로 이해시켜 주세요. 용어의 장벽이 무너지면 문법 설명이 비로소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문법 용어 정리’는 영어 공부가 아니라 국어 공부처럼 접근해야 효과적입니다.

3. 예문 암기가 답이다: 공식만 달달 외우지 말고, 문법이 쓰인 ‘대표 예문’ 하나를 통째로 외우세요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은 주어, 목적어, 보어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이걸 수학 공식처럼 달달 외웁니다. 하지만 막상 문장을 던져주면 적용을 못 합니다. 문법은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문장을 만드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공식 암기보다 백 배 효과적인 것이 바로 ‘대표 예문 암기’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문법 챕터마다 가장 전형적이고 쉬운 문장 하나를 골라 통째로 외우게 시킵니다. 예를 들어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을 공부한다면 “To see is to believe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외우게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헷갈릴 때 이 문장을 꺼내보게 하죠. “여기서 ‘보는 것’이라고 해석됐으니까 명사처럼 쓰인 거네?”라고 스스로 유추할 수 있게 말입니다.

어려운 문장을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교과서 본문에 나오는 문장이면 가장 좋습니다. 문법 규칙이 실제 문장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그 패턴을 입과 머리에 문신처럼 새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영어 내신 관리’ 비법입니다.

4. 백지 테스트 활용법: 아이가 부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문법 강의를 들을 때는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설명을 기가 막히게 잘해주시니까요. 하지만 그건 선생님의 지식이지 아이의 지식이 아닙니다. ‘구경하는 공부’에 속지 마세요. 진짜 내 것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출(Output)’해 보는 것입니다.

주말에 아이에게 A4 용지 한 장을 주고, 오늘 배운 문법 개념(예: 관계대명사)에 대해 아는 대로 다 써보라고 하세요. 이것이 바로 ‘백지 테스트’입니다. 그리고 쓴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님을 학생이라 생각하고 설명해 보라고 시키세요.

“엄마, 관계대명사는 문장 두 개를 본드처럼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그런데 그냥 붙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술술 설명할 수 있다면 완벽하게 이해한 것입니다. 하지만 머뭇거리거나 책을 자꾸 쳐다본다면, 그 부분은 구멍 난 것입니다. 그 구멍을 다시 메우는 과정이 진짜 공부입니다.

제가 15년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문법 책을 눈으로만 쓱 훑어보는 아이들은 절대 상위권으로 갈 수 없습니다. 손으로 직접 예문을 써보고, 입으로 개념을 설명해 보지 않으면 문법은 절대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이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어떤 변형 문제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론: 중학 문법은 고등 독해의 뼈대입니다

중학교 때 문법을 잡지 못하면 고등학교 영어는 재앙이 됩니다. 고등 영어 지문은 한 문장이 3~4줄에 달할 정도로 길고 복잡합니다. 그 긴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정확하게 해석해 내는 힘, 즉 ‘구문 독해력’의 뼈대가 바로 ‘중등 영문법’입니다.

지금 당장 아이가 문법 용어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혼내지 마시고 격려해 주세요. “지금 이 용어들을 정리해두면 앞으로 3년, 아니 대학 갈 때까지 영어가 제일 쉬운 효자 과목이 될 거야.”라고요. 문법은 처음에만 가파른 산처럼 보이지만, 한 번만 제대로 넘어두면 평생 써먹는 든든한 무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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