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식이 다가오면 학교의 공기부터 달라집니다. 교실 여기저기서 “아, 이제 살았다. 이번 방학 때는 어디 놀러 가지?”, “밀린 드라마나 정주행 해야지”라며 들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입시 전문가로서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등학생에게 방학은 휴가를 떠나는 달콤한 ‘바캉스’가 아닙니다. 지난 학기 구멍 난 내신 성적을 메우고, 다음 학기 등급을 두 단계 이상 뒤집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대적인 보수 공사 기간’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 금쪽같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개학 후 여러분의 성적표 앞자리가 바뀝니다.
남들 놀 때 똑같이 놀고 쉬면 성적은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전교권 상위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독서실에서 치열하게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방학 30일 동안 여러분의 성적표를 갈아엎을 수 있는, 독하지만 확실한 ‘텐-투-텐(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 루틴과 구체적인 학습 전략을 아주 상세하게 공개합니다.
1. 지난 학기 복습(후행 학습) vs 다음 학기 예습(선행 학습): 비율은 5:5가 황금비율입니다
방학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서점에 가서 다음 학기 문제집부터 사 옵니다. 소위 말하는 ‘선행 학습’에만 목을 매는 것입니다. 불안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은 기초 공사도 안 된 모래 위에 고층 빌딩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학기 수학 성적이 4등급인데, 다음 학기 미적분을 예습한다고 해서 이해가 될까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고등학생 방학 공부의 핵심은 ‘복습’과 ‘예습’의 밸런스입니다. 저는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5:5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은 오전 시간은 온전히 ‘후행 학습(복습)’에 투자하세요. 지난 학기 교과서와 시험지를 다시 꺼내서 내가 틀렸던 단원,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개념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은 앞 단원의 개념이 뒷 단원과 연결되는 연계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고3 때 반드시 와르르 무너집니다.
그리고 오후 시간에는 ‘다음 학기 예습’을 진행합니다. 이때 예습의 목표는 100% 완벽한 이해가 아닙니다. “다음 학기에 이런 내용을 배우는구나”라며 낯설음을 없애고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본 개념서(개념원리 등) 하나를 정해서 목차를 훑고, 대표 유형 문제 정도만 풀어보세요. 복습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예습으로 자신감을 채우는 것, 이것이 방학의 진짜 목표입니다.
2. 취약 과목 집중 공략: 수학이나 영어가 약하다면, 방학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투자해서 끝장을 보세요
누구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피하고 싶은 취약 과목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수행평가하랴, 동아리 활동하랴, 다른 과목 챙기랴 바빠서 이 취약 과목을 깊게 파고들 물리적인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방학이 기회인 것입니다.
이번 방학의 목표를 ‘전 과목 골고루 조금씩 하기’로 잡지 마세요. 그런 식의 공부는 어떤 과목도 성적을 올려주지 못합니다. 차라리 “나는 이번 방학에 수학이라는 놈을 아주 끝장내겠다”라는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수학이나 영어가 4등급 이하라면, 방학 동안 하루 전체 공부 시간의 50% 이상, 즉 최소 4시간 이상을 그 과목에만 쏟아부으세요. 이를 ‘취약 과목 보완 클리닉’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외과 수술을 집도하듯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기초 개념 강의를 처음부터 다시 듣거나, 얇은 문제집 3권을 사서 그 과목만 미친 듯이 풀어보세요. 특정 과목에 몰입해서 성적을 올려본 ‘작은 성공 경험’이 생기면, 그 자신감은 다른 과목으로도 전이됩니다. 방학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임을 명심하세요.
3. 생활 리듬 유지: 학교 갈 때처럼 8시에 일어나세요 (늦잠 자는 순간 방학은 망합니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의 기상 시간이 오전 7시에서 10시, 11시로 늦춰집니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게임을 하다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생활이 시작되죠. 입시 컨설턴트로서 장담하건대, 늦잠을 자는 습관이 드는 순간 그 방학은 이미 망한 것입니다.
수험생 생활 수칙 제1조는 ‘기상 시간 고정’입니다. 학교 가는 날과 똑같이 아침 7시,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뇌과학적으로 우리 뇌는 잠에서 깬 지 2~3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정상적인 논리 사고를 시작합니다. 11시에 일어나서 아점 먹고 비몽사몽 책상에 앉으면 이미 오후 1시입니다. 하루의 절반을 날리는 셈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텐-투-텐(10 to 10)’ 법칙을 강조합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는 무조건 ‘공부하는 모드’로 세팅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중간에 점심, 저녁도 먹고 휴식도 취하겠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이 12시간의 프레임을 유지하려면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야 가능합니다. 늦잠은 달콤한 휴식이 아니라, 내 등급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약입니다.
4. 순공 시간 확보: 학원 특강만 듣고 공부했다 착각하지 마세요
방학이 되면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에는 ‘텐투텐 윈터스쿨’, ‘여름방학 몰입 특강’ 같은 프로그램이 쏟아집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니 부모님도 안심하고, 학생도 뭔가 열심히 산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기에 입시 실패로 가는 가장 큰 함정이 있습니다.
수업을 듣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구경’입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풀어주는 현란한 풀이는 선생님의 실력이지 내 실력이 아닙니다. 학원 특강을 4시간 들었다면, 반드시 그날 혼자서 최소 4시간 이상 복습하는 자습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순공 시간(순수 공부 시간)’**이라고 합니다.
여름방학 계획표나 겨울방학 계획표를 짤 때, 학원 시간표로만 꽉 채우지 마세요. 학원 숙제를 하는 시간조차 엄밀히 말하면 순공 시간에서 빼야 합니다. 온전히 내 힘으로 고민하고, 개념을 정리하고, 안 풀리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만이 진짜 실력이 됩니다. 학원은 도구일 뿐, 공부의 주체는 여러분 자신이어야 합니다. 학원 전기세만 내주는 ‘들러리 학생’이 되지 마십시오.
결론: 개학 날, 달라진 눈빛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세요
입시는 마라톤이라고 하지만, 방학은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남들이 쉴 때 치고 나가지 않으면 영원히 그들의 등을 보며 따라가야 합니다. 30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텐투텐 루틴’을 지키며 치열하게 방학을 보낸 사람은 개학 날 교실 문을 열 때 공기부터 다를 것입니다. 친구들이 “너 방학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달라졌어?”라고 물어볼 때 느끼는 그 짜릿한 희열을 상상해 보세요.
이번 방학이 여러분의 대학 간판을 바꿉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으세요. 기적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전문가의 시크릿 팁: 실패하지 않는 계획표 짜는 법]
제가 현장에서 수많은 역전의 명수들을 지켜본 결과, 성공한 학생들은 방학 때 오히려 학기 중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방학 계획표를 짤 때 절대 ‘시간’ 중심으로 짜지 마세요.
“9시부터 10시까지 수학 공부하기” 이렇게 짜면 아이들은 시계만 쳐다보며 10시가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집중력은 바닥을 치죠.
대신 철저하게 ‘분량’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수학 문제집 15페이지 풀기”, “영어 단어 50개 완벽 암기하기” 이렇게 미션을 정해주면, 아이들은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에 딴짓을 안 하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이것이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숨겨진 비결입니다.